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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논문 리부탈 (rebuttal) 작성

학회 측에서 보내온 리부탈 안내 메일

작년 10월에 학회 논문 하나를 제출했는데, 학회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원래는 제출 후에 저자와 별 다른 소통 없이 논문의 당락이 결정되었는데, 관련 학계의 지침에 따라 rebuttal(리부탈) 제도를 도입한다는 이메일이었습니다. 학회나 저널 등 출판 기관에 따라서 논문 제출 이후 논문의 당락 결정이 나기까지 몇 차례 논문 수정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출판 기관마다 주제 별로 논문의 당락을 결정하는 associate editor(에디터)가 있고, 에디터는 해당 논문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reviewer(리뷰어)들에게 보내 논문의 장단점을 분석합니다. 리뷰어들은 보통 논문과 이해관계가 없는 대학원생이나 포닥, 교수 등으로 선정됩니다. 최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 기관에 따라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저자에게 논문의 약점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리부탈 기회를 주고, 합격하게 되면 리뷰어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논문을 수정하고 다시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대체로 짧은 학회 논문의 경우 이런 과정이 없는 곳도 있고, 보다 내용이 많은 저널의 경우 대개 revision(리비전) 요청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이 과정은 학회나 저널 기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저널에 논문을 투고해 본 적이 없으니 오늘은 학회 리부탈에 대해 알아본 바에 대해서만 쓰려 합니다.

 

제가 논문을 제출한 학회에서는 한 번의 리부탈 기회를 주었고, 이 리부탈 내용은 에디터에게만 전송되고 리뷰어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리뷰를 받은 후 3일 이내에 리부탈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리뷰어와 에디터는 모두 제게 익명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요. 세 명의 리뷰어에 의해 작성된 논문 리뷰를 받았는데, 이 논문이 이 분야에서 어떤 맥락에 있는지 짚어주는 글도 있었고, 이 논문이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 칭찬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이 설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고 리뷰어가 논문에 나온 결과를 오독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부탈 레터는 이 논문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한 방어를 하거나 리뷰어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은 사항들을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구글에 검색했습니다. 논문 리부탈 작성법. 🥲... 다시 검색했습니다. How to write a rebuttal letter. 그 검색결과와 제 논문의 2저자, 3저자인 제 supervisor들에게 지도 받은 내용을 정리해보려합니다.

1. 충분히 리뷰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하고 절대 리뷰어를 비난하는 어조를 사용하지 말 것.

연구를 하다보면, 특히 이론 연구를 하다보면 본인 논문에 대해 조언을 구할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대학원생들을 많이 괴롭히는 생각 중 하나는 "이 연구가 쓸모가 있기는 할까", "출판이 되기는 할까", "출판이 되더라도 누가 읽기나 할까"하는 생각입니다. 논문의 당락과 별개로 전문가들에게 리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누가 어려운 전문 용어와 수식으로 가득한 논문을 읽어주고, 이해하고, 장단점을 분석해서 무료로 알려줄까요? 바로 리뷰어들입니다. 안 그래도 바쁜 연구원들이 리뷰를 하느라 추가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테니 충분히 감사함을 표시해줍시다. 그리고 리뷰어들도 사람이다보니 오독을 할 수도 있고, 바쁘다보니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히 읽어보기는 힘들 겁니다. 논문에 대해 터무니 없이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화가 나고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리뷰어가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거나 리뷰가 불합리하다는 등의 말을 리부탈에 쓰는 것은 논문 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최대한 친절하고 겸손한 어조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지적된 약점을 모두 언급할 것.

지적된 모든 약점에 대해서 개선 방안이나 변명을 쓰지 않으면 그 약점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논문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언급할 때는 명확한 소통을 위해 주로 리뷰어들이 쓴 단어를 재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약점에 대해서는 추가 실험을 통해 주장을 보강하겠다든지,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가 설명을 보탠다든지, 약점으로 제시된 것들이 본질적인 문제라 논문의 현재 가정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든지 등 앞으로 개선 방안이나 방어를 할 수 있는 문장들을 써줍니다.

3. 간결하고 읽기 좋게 글을 쓸 것.

이 점은 모든 글쓰기에 해당 되겠지만, 대체로 에디터나 리뷰어나 리부탈 레터를 읽는 사람들은 바쁩니다. 다른 공저자들과 함께 여러번 첨삭을 하고 글의 퀄리티를 높인 후에 보내길 권합니다. 같은 내용으로도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글을 잘 구성합니다. 리뷰어 별로 리뷰에 번호를 매겨 문단을 나눈다든지,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 major 코멘트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minor 코멘트를 나누어서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가 일반적으로 학회 논문 리부탈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리부탈을 작성할 때 어떤 리뷰가 올지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리뷰를 받아보고 나니 제 논문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해당 기관에서는 불합격한다고 해도 본인의 연구 측면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으니 독자 분들도 긍정적인 마음 잃지 마시고 리부탈 잘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웹사이트

https://www.enago.com/academy/tips-on-manuscript-resubmission-how-to-write-a-good-rebuttal-letter/

https://peerj.com/benefits/academic-rebuttal-letters/

리부탈을 작성할 때는 보지 못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한국어로 된 사이트도 있네요. 리부탈 레터에 자주 쓰이는 문구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essayreview.co.kr/효과적인-반박-레터rebuttal-letter로-논문-투고-성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