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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베를린 코로나 확진 경험기 - 양성 반응이 나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독일 살이 푸념 주의)

POSITIV!

 

2년 동안 테스트를 할 때마다 매번 음성 결과만 나와서 이번에도 음성이겠거니 했는데, 테스트 결과가 양성이 나왔다. PCR 테스트는 아니었고, 독일에서 많이 하는 Schnelltest (rapid test)를 사설 테스트센터에서 받은 결과였다. 1월 12일인 어제 오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인데, 오늘까지도 코로나 감염 관련 뒤처리를 하는 중이다. 일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몸도 아프고 행정 체계가 우수(?)한 독일이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가 더 들었던 것 같다. 독일에서, 특히 베를린에서 확진을 받은 사람이라면 조금이나마 혼란스러울 때 보고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틀 간의 경험을 적어본다.

 

접촉한 지인과 보건 당국, 주치의에게 알리고 조언 받기

Schnelltest는 15분 만에 결과를 받을 수 있고 테스트센터에서는 무료로, 셀프 키트는 2~6유로 정도에 구매해서 검사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정확도가 PCR 테스트에 비해 떨어진다.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false-positive(감염되지 않았으나 양성으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나오기도 하고, 사설 테스트 센터에서 검사를 받았으므로 여러 가지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결과를 알기 위해 PCR 테스트를 권장한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뭐라궁 ^^;;;) 테스트 센터에서 테스트를 하게 되면 테스트 결과를 Corona-warn-app*에등록할 것인지 물어보는데, 나는 테스트 결과 증명과 다른 사람에게 알림이 갈 수 있도록 등록을 했다. 결과가 양성이 되고 나니 앱에서 아래 그림과 같은 사항을 안내받았다.

1. PCR 테스트를 받고 정확한 결과를 얻는다.

2. 보건 당국에서 며칠 내에 연락할 수 있다. 

3. Covid19 바이러스 전염성이 있을 확률이 높으니 격리할 것.

 

격리기간은 14일이고, 보건 당국에서 접촉한 사람에 대해 물어볼 수 있고, 접촉한 사람의 기준은 아프기 2일 전 2미터 내의 거리에서 15분 이상 대면한 경우이다. 특히 앱을 사용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이 없는 접촉자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장하고, 더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격리 기간은 지켜야 한다.  

 

*Corona-warn-app은 SAP와 Deutsche Telekom에서 제공하는 앱인데, 유저의 위치 정보와 확진 여부를 이용해서 최근 내가 확진자에게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 주요 기능이다. 그 외에도 일 별로 만난 사람이나 장소를 자발적으로 입력할 수 있고, QR 체크인 기능과 사설 테스트센터에서 받은 Schnelltest 결과를 앱에 연동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관련 규정이나 뉴스, 가이드라인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PCR을 받으러 나가야 할까? 아니면 집에서 격리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PCR 테스트를 받으러 나가야 하고, PCR 테스트 결과가 양성일 때부터 확실한 양성으로 간주되어격리와 접촉자 조사 등의 절차가 시작된다. PCR 테스트 센터에 대한 안내를 받으려면 살고 있는 지역구의 보건당국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거나 본인의 주치의 (Hausarzt)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 베를린의 경우 베를린 정부 웹사이트에서 공공 테스트 센터 정보를 제공하니 이 주소를 참고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증상이 악화될 경우를 염두해 주치의에게 연락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다른 것은 다 괜찮았는데, 혼란스러웠던 점은 PCR 테스트를 받으러 나가야 하는데 격리를 권장한다고 하는 점이다. 나처럼 증상이 확실한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PCR 테스트가 꼭 필요한 건지, 아니면 어차피 증상 때문에 집에서 격리할 테니 받지 않아도 될지, 보통 50~100유로 정도 하는 PCR 테스트를 이런 경우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디서 무료로 받을 수 있고 무얼 증명해야 할지 모르는 게 정말 많았다. 집 근처에 PCR 테스트를 제공하는 공공 테스트 센터의 경우 전화번호나 이메일 정보가 없어서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지, 예약을 안 하면 얼마나 대기해야 하는지, 이런 경우에 방문이 가능한지, 무료로 테스트가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베를린 코로나 핫라인(030 90282828)에 전화를 해보니 지역구 담당자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해당 지역구로 전화를 해보니 통화 중이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독일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콜센터의 운영시간은 사실상 오픈 직후 5분뿐이다. 오전 8시부터 콜센터가 연다면, 오전 8시에 맞춰서 전화하지 않는 이상 전화 연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치의가 있는 가정의학과에 이메일을 보내보니 집 근처 테스트 센터 위치와 운영시간을 알려주고 병가를 위한 진단서(Arbeitsunfähigkeitsbescheinigung)가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혹시 주치의가 있는 가정의학과에서 PCR 테스트를 받고 싶다면 다음 주 월요일에 가능하다고 했다. 진단서가 필요하고, 어떻게 수령하는지 알려달라고 답장을 보내니 갑자기 오늘 오후에 오면 PCR 테스트를 해줄 테니 잠시 뒤에 보자고 답장이 왔다. 그래서 결국 가정의학과에서 PCR 테스트를 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무도 검사하거나 막지는 않지만 최대한 다른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다녀왔고, 병원에서는 별도로 Schnelltest 양성 결과를 확인한다거나 격리된 곳에서 검사를 한다거나 하는 절차는 없었다.

 

결국 PCR 테스트도 받고 진단서도 받았지만, 환장할 독일 행정을 경험했다. 원칙주의로 유명한 독일이지만, 원칙에 대한 해석은 담당자마다 천차만별이니 황당한 일이 생기는 경우 꼭 컴플레인을 하길 권한다. 또 한 가지 내가 자주 하는 것은 직원이 이메일로 연락할 때 내 이름을 보고 서양인으로 착각하거나 (내 성과 이름을 바꾸면 서양인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바꿔서 부르는 경우가 있다.) 남성으로 착각하는 경우 정정하지 않고 착각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보통 외국인이나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곳들이 있어서다. 겨우 병원에 도착했더니 리셉션 직원이 병원에서 PCR 테스트를 받을 수 없으니 내일 테스트 센터에 가서 받으라며 테스트 센터 주소를 알려주는 것이다. 진단서는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PCR 테스트 양성이 나오면 우편으로 진단서를 보내줄 것이고 지금은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내가 이메일로 들은 것과 다르다고 말했는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나가라고 하길래 하릴없이 "이럴 거면 왜 오라고 한 거야" 불평하며 나왔다. 보험 카드를 실수로 놓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갔더니 아까와는 다른 직원이 "Ich habe Ihnen geschrieben." "제가 아까 이메일 했던 사람입니다."하고 나를 불렀다. 너무나 황당한 것은 두 직원이 바로 옆에 붙어 앉아있는데 둘이 하는 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PCR 테스트의 경우 키트가 모자라서 그랬을지 모른다고 해도, 진단서를 써줄 수 있는데 그냥 가라고 한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자칫하면 헛걸음만 하고 갔을 수도 있는데 해당 직원은 사과는커녕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진단서 며칠부터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아까는 줄 수 없다던 진단서, 며칠부터 필요하냐고요?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면역은 없어도 환상적인 독일 행정에 면역이 있는 나는 차분하게 PCR 테스트와 진단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인지 몰라도 내게 호의적이었던 메일은 나를 Herr(독일에서 Mr. 같은 호칭)으로 불렀고 그 전의 이메일은 나를 Frau(독일에서 Ms. 같은 호칭)으로 불렀다. 

접촉한 사람에게 알리기

한국에서는 보통 확진되기 2주 전부터 동선이 겹쳤던 사람들이 PCR 테스트를 받는 것 같던데 (팬데믹 이후에 한국에서 안 살아서 잘 모른다.), 독일은 그에 비하면 접촉자에 대한 기준이 더 느슨하다. 위에 나온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접촉자는 한 명뿐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2주 이내에 접촉한 사람들 중 연락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렸다. 나는 그래도 혼자 살아서 격리하기가 수월했는데, 그 접촉자인 지인은 셰어하우스에 살다 보니 주방 및 화장실의 공용공간 사용을 자제하느라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아직까지 테스트 결과가 음성이지만 감염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아 그 지인도 본인의 플랫 메이트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알렸다. 내가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Corona-warn-app을 사용한다면 앱을 통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알림을 받게 될 것이다.  

증상 기록하기: 언제부터 치료가 필요할까?

접촉자 추정이나 격리 일정, 테스트 일정을 계산하려면 처음 증상이 시작된 날짜, 처음 Schnelltest 양성 결과를 받은 날짜, 처음 PCR 테스트 양성 결과를 받은 검사 날짜 등을 알아야 한다. 그 외에도 혹시 몰라 증상을 계속 기록해오고 있다. 다행히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 고열, 두통, 몸살, 관절통, 식은땀, 가래, 기침, 콧물, 인후통, 목 잠김, 후각 및 미각 소실 등의 증상이 계속 번갈아가면서 생기고 있다. 맛밥에 진심인 한국 유학생 친구들은 그중에서도 미각 소실에 대해 엄청난 걱정을 표하는데, 나는 사실 독일로 유학 올 때 반 정도 미각을 포기한 데다 채식을 결심하면서 남은 반을 포기했던지라 별로 걱정이 안 되었다. 맛과 향을 못 느껴도 떡볶이랑 커피를 너무 잘 먹고 마셔서 나는 미각이 아니라 식감이나 식탐 때문에 먹는 게 아닐까 싶다. :^D 많이들 치료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데, 병원에 가는 것이 여러모로 전염에 대한 위험도 크고 확진자 수가 너무 많아 의료 자원이 부족해 웬만하면 자가 치유를 권한다. 언제부터 내원 치료가 필요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선은 열이나 코막힘이 심할 때만 해열제(Paracetamol)와 거담제(Gelomyrtol)를 먹으며 증상을 조절하고 있다. 

격리 준비하기

미래 기술 연구를 하는 본업과는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잘 사용하지 않던 나는 이제야 온라인 슈퍼마켓 앱을 받았다. 아직은 온라인 한인마트 다와요에서 산 식재료가 많아서 괜찮은데 (UPS가 신선식품과 냉동식품이 있는 이 택배도 집 근처 Paketshop에 두고 도망가버렸다. 독일 택배.. ^^), 2주 격리가 시작되면 한 두 번은 주문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집에 배달 안 해주고 또 엄한 곳에 맡기고 도망가면 어떡하지? 독일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개노답 삼대장 중 하나는 택배이다. 그 외에도 왜 있는지 모르겠는 콜센터 연락, 독일 교통편 지연과 취소가 있다. 독일에서는 getir, gorillas, flink 등의 앱이 있고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Rewe, Aldi 등의 슈퍼마켓 브랜드도 온라인 몰을 운영하는 것 같다. 맛을 잘 못느끼고 아프기는 해도 들깨 칼국수, 떡볶이, 겉절이, 비빔국수, 비건 치킨 샐러드, 샐러드 파스타 등 잔뜩 비축한 식량으로 요리할 생각에 조금 들뜬다..! 셀프 테스트 키트는 사려고 했는데, 어차피 PCR 양성 결과를 받은 후에는 PCR 테스트로 음성을 받지 않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간주되고, 음성을 받더라도 14일의 격리기간은 지켜야 해서 보류했다. 독일에서 유효한 FFP2 마스크는 저번에 한 박스 사둔 것이 많이 남아서 다행이다. 

 

이번 학기부터 조교 일을 시작해서 시간이 나면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블로그에 많이 적고 싶은데, 바쁘기도 했고 아프기도 해서 포스팅을 자주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본업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 

 

체력이 남는다면 PCR 테스트 결과가 나온 후부터 격리가 끝날 때까지의 경험도 기록해보려고 한다.